‘성애병원’과 ‘병무청’ 사이에 들어서 있는 동네들에는 작은 가게들뿐, 대부분 낮은 건물과 오래된 집들만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세탁소, 미용실 등 오랜 영업의 흔적을 담고 있는 가게들부터 카페, 공방 등 새롭게 생긴 가게들까지 한데 섞여 있는 동네였지만 이용하는 사람도 지나가는 사람도 많았다. 신원빌라 A, B동을 지나 오르막을 오르니 건물과 빌딩의 청소 대행업체가 있었고 부추즙 간판이 크게 붙어있는 건강원 사이에 ‘우리슈퍼’가 있었다. 녹색 천막 아래로 식물이 없는 녹색과 검은색 화분들이 놓여있었다. 닫힌 철문의 어둠과 대조적으로 형광등에서는 밝은 빛이 감광했다. 좁은 골목들이 이어져 있었지만 분명 사거리였다. 슈퍼 왼쪽으로는 떡집으로 향하는, 멀리 ‘삼환아파트’가 보이는 골목이었고, 다른 길들도 물론 어딘가로는 이어져 있을 터였다. 슈퍼의 여닫이 출입구 옆으로 다양한 크기의 화분들이 보였다. 가장 큰 고무 화분에만 푸른 나무가 있었다. 문 옆에 “종량제 규격봉투 판매소”라 적힌 녹색 팻말이 있었고 여닫이문을 열면 바로 오른편에 물과 통조림, 케첩 등의 소스를 진열한 선반이 보였다. 문 정면에는 두꺼운 5층짜리 선반이 있었다. 종이 상자로 포장된 과자가 판매되고 있다. 선반 너머 보이는 벽면에는 커피와 두루마리 휴지 세트, 더 높이는 테이프와 부탄가스가 보였다. 내부는 깨끗하고, 인테리어도 그리 오래돼 보이지 않는다.
“여기는 오래된 곳이 아닌가봐요?”
“저희는 한 3년 정도 되었어요.”
“그래도 건물이나 이곳 분위기가 굉장히 오래돼 보이는데 그렇지는 않나 봐요.”
“전에도 이곳에서 슈퍼를 했죠. 저희가 해온 게 3년이라…”
이곳에서 햇수가 3년째인 ‘우리슈퍼’는 카운터나 상품을 진열해 놓은 선반 등이 제법 새것 같았다. 슈퍼의 벽면에 늘어선 화분만 오래된 것처럼 보였다.
“저 밑으로 가보세요. 거기가 오래되었다고 들었어요.”
들은 방향으로 길을 따라 가보니 간판은 슈퍼였지만 언뜻 철물점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고장 난 기계들이 잔뜩 들어차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들어선 선반 위에 과자와 라면, 공산품 등이 놓여있는, 낡고 진기한 곳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