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보니, 4시쯤인가 사람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여기 보면 슈퍼라고 써있는데 다른 영업도 하시는건가 싶기도 했어요.
슈퍼 겸 식당. 요식업. 내가 처음에는 슈퍼만 했죠.
처음엔 언제 시작하신건데요?
이 가게요? 34년 되었죠.
이 자리에서요? 어떻게 처음에 문래동으로 들어오시게 된거예요?
여기가 고향이예요. 요 앞에서 태어나고. 마을금고 앞에서. 할아버지께서 영단500채 였을 때 사택을 산거예요.
어렸을 때 여기는 어땠어요?
옛날에는 건물은 그대로인데, 달동네 같았죠. 조그만 곳에서는 혼자 사는 가족도 있지만, 보통 세주고, 서너집이 살았죠. 그래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이쪽으로 많이 몰렸던게 산이 없고, 평탄하잖아요. 산을 깎고 그랬던게 아닌데, 리어카 가지고 다니는 분들도 편하고. 모든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었죠.
그러다가 어떻게 여기에서 슈퍼를 하시게 된거예요?
여기가 장사가 안되서 팔려고 한다는걸, 내가 인수를 했죠. 그러다가 어떻게 하다보니 이렇게 된거죠. 쭉 하면서 경기가 안좋아지고, 편의점이나 대형마트가 다 들어와서 더 어려워졌죠. 도저히 할 수가 없는거예요. 그래서 슈퍼를 접고 음식장사를 할까하다가... 가게를 내버려 두고 요식업을 추가하는게 좋겠다 싶어서. 요식업까지 영업허가를 받았죠. 밥은 안해도. 이렇게 한게 한 3년? 정도 되었어요. 그래도 요새는 더 안되죠. 코로나 때문에. 생활하기가 서로 마음 편하게 일해야 하는데, 그게 어려우니까. 술 한 잔해, 맥주 한 잔해. 이런 사람이 없죠.
오시는 분들마다 담배 뭘 피는지 다 아시네요?
다 알죠. 99퍼센트가 단골이죠. 내가 우리집 오는 사람들 거의 무슨 담배피는지 알아요. 본인들이 꺼내가기도 하고. 돈통에서 알아서 거슬러 가고. 서로 믿고 하는거니까.
슈퍼에서는 뭘 많이 사가요? 담배인가요?
2,500원짜리가 4,500원 된다음부터는 절반으로 준 것 같아요. 한 보루 팔았으면, 반 보루로. 많이 줄고, 끊기도 하고. 여기서는 공산품을 찾죠. 가정에서 쓰고 그러는... 86년도에 들어왔으니까 87~8년정도까지는 가정집이 그래도 많았어요. 2~3년 되니까 가정집들이 나가고 공장으로 바뀌게 된 것 같아요.
판매되는 물품들도 바뀌게 된거예요?
그때는 가정집이 필요한거. 집에서 미원, 다시마, 밀가루 같은 가정에서 많이 쓰던게 많이 나갔죠. 처음에 장사할 때는 여기서 콩나물도 팔고, 두부도 팔고 그랬어요. 처음에 장사할 때는 공장이 없었으니까. 가정집이 나가니까 그 다음부터는 그 물건들이 안나가는거예요. 가져다 놓으면 변질되서 못쓰고 반품안되는건 버리고... 그러다보니 점점 공장사람들이 필요한 것 위주로만 가져다 놓게 되었죠.
공장 사람들은 뭘 좋아하시는데요?
특별히 좋아하는건 없는 것 같아요. 주로, 술, 음료수, 커피나... 세제류. 그리고 과자나 라면 같은건 잘 안나가요. 나는 대부분 공장사람들이 손님이고, 가정집은 전혀 없다고 봐도 되요. 지금 오셨던 사장님께서도 직원들이 출출할 시간이니까 간식 사가는거죠. 꿀물도 사고, 우유도 사가고. 빵하고 같이 먹을 수 있는거. 이런거 사가죠.
요즘 손님 많이 줄었죠?
많이 줄었죠.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녁에 공장 사람들 퇴근하면 장사 끝이고. 낮에도 많이 와야 하는데 3분의 1로 줄어든 것 같아요. 그래도 고향이니까 못떠나고 있는거에요. 생각해보면. 이제는 고향이니까 정들고, 나이가 많든 또래든, 동생이든 사람하고 대화하고 보니까. 그렇게 생각하니까 있는거죠. 돈 생각하면 다른거 하겠죠. 그나마 사람들하고 대화하고, 얼굴보고 그러니까. 그것 때문에 여기 있는거예요.
예전보다도 사람들이 많이 떠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떠나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엔 움직이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경기가 안좋아서 그런지... 이사가면 거래처도 그렇고, 공장이 안되서 그만두는 사람들, 기계까지 팔고 그러는 사람이 가끔은 있다고 들었는데... 내가 알기로는. 그런 곳은 세가 밀리니까, 집주인도 그 세를 받지 못하면 서로 순리가 맞지 않는거잖아요. 안 좋게 나가는 경우도 들리고, 서로가 안타깝겠죠. 주인도 잘되서 나가면 좋을텐데, 거기도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잖아요. 뭔가 하면 잘 되서 큰 데로 웃으면서 가는 사람도 있지만 요즘 워낙 어려우니까 그런걸 보기 힘들어요.
여기엔 손님들이 오전에 많이 오세요?
아무래도 오후가 낫죠. 오전에는 잘 안와요. 오후에 간식도 사고, 담배도 사고 그래요. 오전에는 거의 사람이 없어요. 처음에 내가 들어와서 80년도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는 경기가 엄청 좋았거든요. 그때 당시에 공장들어온 사람들은 전부 청계천에서 왔다고 해요. 거기서 기술배우거나 원래 차렸던 사람들. 아는 사람들끼리도 많이 이쪽으로 왔다고 했어요. 그땐 직원들도 있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혼자하거나 어쩔 수 없이 한 두명 쓰는 곳이 있는데... 물론 되는 곳은 아직도 잘 되겠지만 밝은 웃음이 없는 것 같아요. 꾸준한 거래처가 있거나 그러면서 일이 아직도 많은 곳도 있는데, 아닌 곳들도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위축이 되어 보여요. 그리고 보다시피 저쪽 보면 카페나 술집, 창업 같은게 많이 생겼잖아요. 제조업도 살아야 하는건데... 공장하나 나오면 공장이 들어오는게 아니니까. 거기서 먹고 살 수 있는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나도 먹고 사는게 줄어드는 것 같고. 쪼개지는 것 같고.
요식업하실 때 메뉴는 어떻게 선정한거예요?
자꾸 바뀌죠. 팔다가 없으면 다른 것으로 바뀌어요. 수시로 바뀌죠. 싸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게.
처음에 왜 슈퍼를 하시게 된거예요?
가게 자리가 원래 슈퍼였어요. 처음에 간판이 없었어요. 무슨 식품이었다고 하던데... 처음에 와서 큰 공장도 있으니까 그러니 식당을 하려고 했는데, 가게 인수하면서 받은 물건들 때문에...그러면서 여기까지 온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