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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공판장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
신일슈퍼

여기를 한 지 오래되지 않았어요. 아마 20여년 슈퍼를 운영한 것으로 알고 제가 임대해서 영업한 지 얼마되지 않았어요. 

 

교포분께서 운영하는 옛날 슈퍼는 처음 봤어요. 공판장이라는 이름도 처음입니다. 

예전에 이 동네에 슈퍼가 별로 없었다고 했어요. 그때 먼저 들어섰겠죠? 주인 마음이겠지만, 그래서 공판장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 같아요. 

 

동네에 손님은 많이 있어요?

사람이 없어요. 시장도 장사가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여기에서는 담배, 술을 많이 사죠. 날씨가 더워서 술도 많이 안 나가요. 한달 가까이 그러고 있네요. 

 

열우물 마을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열우물 마을 들어봤어요. 여기를 어떻게 아세요? 저도 초짜지만, 왜 열우물일까 생각해본 적 있는데 들어는 봤어요. 왜 그런 이름이 지어졌는지는 모르겠어요. 서울에서 오셨어요? 저는 당신이 궁금하네요. 

 

열 개의 우물이 있던 동네라서 그렇게 이름을 불렀다고 들었어요. 

열 개의 우물이요? 아, 그렇구나. 열, 우, 물. 십. 정. 열 개, 우물정. 이제 알았어요. 그렇게 이야기해주니까 알겠어요. 여기를 십정동이라고 주소를 쓰니, 그냥 십정동이라고만 알고 있었죠. 그런데 여기가 열우물 마을이 여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이제 알겠네요. 아, 여기를 열우물 마을이라 불렀군요. 

 

열우물이라는 단어의 느낌은 어때요?

열우물이라면 아무래도 단어가 옛날스럽고 길잖아요? 열, 우, 물. 아무래도 저는 십, 정 동이라는 말이 더 현대스러워요. 그래서 고쳤나봐요? 저는, 발음으로는 십정동이 편해요. 십정. 열우물은 발음하기 어렵지 않아요? 십정동은 한자를 그대로 읽는 것이라... 그래도 이야기하니까 알겠네요. 계속 듣고 보니 열우물이라 말해도 괜찮은 것 같아요. 더 좋은 것 같네요. 열, 우물. 사람들이 쉽게 기억할 것 같아요. 그냥, 열우물, 열우물, 옛날에 우물이 열 개 있어서 열우물이라 생각하니 기억하기 편해요. 우물이 어떻게 열 개가 딱 있었나? 신기해요. 지금은 우물이 없잖아요? 지금도 우물이 있어요?

 

몇 군데 남아있어요. 공판장도 많이 사라졌겠죠?

지금 공판장이라는 슈퍼는 다 사라졌어요. 직판장인데, 그것은 아주 저렴하게 파는 가게죠. 공판장도 옛날 느낌나죠? 그런데 결국은 다 똑같은 슈퍼예요. 공판장이면 물건도 많고 저렴하게 팔고 그랬을 텐데 지금은 그냥 그렇죠. 동네가 변하고, 외국인도 많아지니까 저 같은 교포도 이렇게 이곳에서 장사하는 거예요. 교포는 많지 않고, 파키스탄, 미얀마,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사람들이 이 동네에 있어요. 여기 지하는 다 외국인 같아요. 저도 이 간판을 공판장이 아니라 슈퍼, 마트 이렇게 바꾸면 외국인들이 더 잘 알고 찾아올 텐데, 동네 사람들이 여길 다 아니까 공판장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두고 있어요. 저도 ‘월드마트’라고... 제 나름대로 슈퍼, 마트 이름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20여년 이 역사를 지키고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