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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서대문구 충정로3가)
슈퍼짠

<묵직한>은 청년예술청 [라운드 SAPY] 중 [라운드 충정로]의 전시 <광염, 솔솔, 공간, 기.종점, 묵직한, 묵직한 뽑기통 수거함>에서 선보인 창작물입니다. 

 

●묵직한(2022.09.27.)

충정로의 오래된 골목에서 우연히 ‘묵직한 샌드위치’를 보았다. 올해 개업한 그곳은 이름처럼 좋은 재료와 정성, 소스까지 한껏 신경을 쓴 ‘묵직한’ 샌드위치를 팔고 있었다. 팝아트 같은 ‘묵직한’ 로고, ‘묵직한’ 종이들이 있었고 작은 매장 곳곳에 스트리트 패션에서 보이는 스티커들과 네온 간판이 붙어 있었다. 사장은 미국에서 요리를 공부하였고, 여러 사연이 있었으며, 고향인 서촌을 두고 이곳 충정로에서 앞으로의 삶을 기대하고 있었다. 묵직한 한방의 맛을 손님에게 전하는 그의 마음이 이상하게 내게 와 닿았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나 사물의 성질과 상태 또는 존재를 나타내는 ‘묵직한’이란 형용사를 작업의 이름으로 정한다. 그리고 ‘충정로’라는 동네 앞에 ‘묵직한’을 놓고 그동안 수집한 충정로의 이야기들을 전한다. 

 

 

 

●묵직한 샌드위치(서대문구 충정로3가)

여기는 충정로의 이 거리에서 가장 묘한 느낌이 들어요. 오래된 가게들이 많은데 이곳을 보고 있으면 미국 같은 곳에 놀러 온 기분이 생깁니다. 이국적인 향이 나고 묵직한이란 어감도 무척 좋아요. 

‘묵직한’이란 말은 샌드위치 가게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가진 생각에서 나온 거예요. 기존에 자주 보이는 샌드위치들에는 채소가 많이 들어가고 햄을 넣고 이런 느낌이 있어요. 저는 요리 같은 샌드위치, 고기가 중심이 되어서 먹었을 때 배도 든든하게 차는 샌드위치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름을 정할 때, ‘두툼한’, ‘헤비한’ 등도 나왔었는데 뭔가 너무 배부르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계속 적어보다가 ‘묵직한’이 나왔고 이거다 싶었죠. 또 제가 미국에서 공부했고 스트리트 패션 느낌을 좋아해서 이런 스티커들도 다 사서 붙였어요. 스티커나 이런 굿즈도 만들었어요. 

 

전화기도 재밌게 생겼어요. 미국에서 가져오셨나요?

인터넷에서 샀어요. 

 

언제부터 이곳이 시작되었어요?

저희 올해 3월 말부터 시작했어요. 

 

어떻게 충정로에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배달하고 포장을 전문적으로 하는 가게를 처음부터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게를 중심으로 배달 권역을 찾아봤고 제가 만든 샌드위치를 소비해줄 수 있는 잠재적인 고객을 광화문, 을지로, 시청에 있는 회사원으로 설정하게 되었죠. 그랬을 때 그런 곳을 다 커버하면서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지역이 어디일까 고민하다가 충정로를 선택했어요. 경복궁 옆부터 이 동네까지 마음에 품고 계속 장소를 찾다가 마침 이 자리에 가게가 나왔다고 해서 들어오게 되었어요. 막상 와서 보니 저희가 이 동네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어떤 느낌도 들었어요.

 

그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묘하게 잘 어울려요. 지금까지 겪은 충정로는 어떻습니까?

제 고향이 서촌인데, 제가 어릴 때와 다르게 옛 동네의 정취 같은 것이 많이 없어졌거든요. 그런데 충정로는 저 어릴 때 서촌의 느낌이 있어요. 오면 올수록 더 좋아요. 주변 분들도 무척 잘해주세요. 또 한 번씩 오시는 단골분들과 이야기 나누는 재미가 있어요. 너무 바쁜 장소에 제가 있으면 이야기할 시간도 없거든요. 

 

쉬는 날은 언제인가요?

저희는 금요일에 쉬고 있어요. 가게로 오셔서 샌드위치를 드시는 손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쉬는 날은 조금 자유롭게 해 놓았어요. 홀이 제대로 갖춰진 곳이라면 금요일에 쉬는 게 어렵겠지만, 자연스럽게 금요일이 되었어요. 오후 8시까지 합니다. 

 

저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미국의 CIA(THE CURINARY INSTITUTE OF AMERICA)라는 요리학교를 나왔어요. 

 

샌드위치만의 장점이 있어요?

빵하고 채소, 고기와 결합 된 음식들은 한입 먹었을 때 빵, 고기, 양념, 채소, 향신료, 소스 등 모든 것이 주는 마법 같은 맛이 있어요. 스테이크나 다른 음식들은 소스와 어우러지게 만들긴 하지만, 코스로 구성되었을 때에 쉐프가 추구하는 맛의 스펙트럼이 나오는데 단품, 단품에 그것을 넣기 어려워요. 그런데 샌드위치는 먹기는 간단하지만, 그 안에 응축되어있는 것들이 너무 매력적이죠. 제가 항상 손님께 말씀드려요. 양도, 맛도 모든 걸 다 묵직하게 채워드린다고.

 

샌드위치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특별하다기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저희의 핵심은 소스가 아닐까 싶어요. 어떤 특정한 소스가 맛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 물론 요리하는 정성이나 고기를 직접 손질하고 바비큐를 하는 등 샌드위치를 만들 때 신경을 많이 쓰죠. 그런 부분도 자신이 있지만, 저는 고기 자체의 맛을 끌어 올려주면서 샌드위치 맛 전체에 상승효과를 주는 것은 소스라고 생각해요. 제가 프랑스 요리를 오래 만들었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프랑스 요리의 핵심은 소스거든요. 이탈리아 요리도 유명한데 소스가 더 단순한 게 많아요. 제 생각에 재료 자체의 맛을 극대화하는 게 이탈리아 요리라면, 프랑스 요리는 소스가 들어가지 않는다면 맛은 있지만, 완성이 되지 않은 요리 같아요.

 

묵직한 샌드위치는 프랑스 요리처럼 소스가 들어가서 비로소 완성되는 요리군요. 

제 생각엔 그게 참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희가 모든 것을 깊이 고민했고 직접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이제 작업으로 ‘묵직한’을 만들어보려 해요. ‘묵직한’은 묵직한 샌드위치의 이야기에서 출발했죠. 뽑기 기계 안에 그동안 수집한 충정로의 이야기 중 일부를 넣을 생각입니다. 이곳 ‘묵직한 샌드위치’의 스티커나 이미지들을 활용해도 될까요? 굿즈 같습니다.

얼마든지, 필요한 만큼 가져가셔도 됩니다. 종류가 무척 많아요. 전에 일하던 레스토랑에서 같이 일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예술 전공을 하고 그래픽 작업도 잘하던 친구였어요. 그런데 약간 그런 일들에 지쳐서 전혀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레스토랑으로 온 친구였거든요. 레스토랑 홀 관련된 일을 한 친구였고 저도 같이 일하던 친구라 그 정도만 알고 그 이상으로 어떤 작업이나 일을 했는지는 몰랐어요. 그러다가 이곳을 오픈하기 전, 제가 로고 ‘묵직한’의 밑그림과 전반적인 모양을 직접 만들고 마지막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가분께 맡기려 했어요. 그때 그 친구가 생각났어요. 원하는 컨셉과 미리 그려둔 로고를 설명하고 제대로 완성을 하고 싶다고 했죠. 흔쾌히 도와준다고 했어요. 우리 가게는 이런 일을 하고 이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 나온 디자인이 팝아트 느낌으로 만든, 오마주한 것이 나왔어요. 그것을 놓고 다음부터 이런 느낌이 어떤지 서로 이야기하면서 완성한 것이 지금의 이것입니다. 그 친구가 잘 만들어준 것을 활용하기 위해 포장 용품도 만들려 했지만, 비용 때문에 할 수 없었어요. 나중에 가게가 더 잘 되면 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