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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문방구
단골문방구
(서초구 반포동)
석관문구프라자

 

언제부터 문방구를 운영하셨어요?

제 기억에 이곳에서 1976년도에 시작했어요. 여기 아파트가 그때 지어졌거든요. 폼나는 상호보다 기억하기 쉬운 상호가 좋아서 쉽게 지었어요. 

 

왜 이 동네에서 시작하게 되었나요?

제가 흑석동에서 문방구를 하고 있었는데 여기를 분양받아서 시작한 거죠. 흑석동에서 반포동으로 옮긴 거죠. 그때나 지금이나 이 동네의 큰 변화는 모르겠어요. 동네 이야기를 하자면, 평지고 교통 좋고 서울의 중심에 있어서 살기 무척 좋아요. 고속터미널이 있잖아요? 터미널에 가면 가지 못하는 곳이 없어요. 

 

처음 시작했을 때 문방구 운영은 잘 되었어요?

잘 되었죠. 예를 들어 제가 흑석동에서 문방구를 할 때는 하루에 3천 원, 많이는 8천 원 정도 팔았어요. 그 당시에는 적은 돈이 아니지만, 여기 와서는 하루에 8만 원, 많게는 20만 원 정도 팔았어요. 많이 판매되는 날에는 아침에만 10만 원 정도 팔았죠. 볼펜이 15원, 노트가 15원 할 때 그렇게 판매를 한 거예요. 크레파스 24색이 250원인가 300원 하다가 올라서 350원 하던 때에는 짝으로 가져다가 팔았었어요. 지금은 그걸 가져오면 1년을 팔기도 하고, 2년을 팔기도 하는데 그때는 한두 달이면 다 팔았어요. 1년에 다섯 짝 정도 팔린 것 같아요. 서로 노트를 선물하고 그랬던 신학기에는 노트도 스무 짝씩 팔았어요. 크리스마스나 그럴 때도 무척 팔았는데 지금은 1년에 20, 30권 정도만 팔려요. 단소, 리코더, 트라이앵글, 체육복 이런 것도 무척 많이 팔렸죠. 계속 판매가 괜찮았는데, 나라에서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학습 재료들을 지원하기 시작했어요. 학용품들을 다 지원해주는 거죠. 그때부터 판매가 안 되었어요. 또 아이들도 많이 줄었어요. 우리 아이들도 이 동네 초등학교를 보냈는데 그때는 한 반에 60~80명 되었고 하루에 2부제, 3부제로 학생들이 등하교를 했으니까 아이들이 무척 많았죠. 지금 그 아이들이 40대나 50대 초반일 거예요. 가끔 저희 문방구에 자식들 데리고 와요. 시골 사람들이 고향이 있듯 여기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고향 같은 곳이죠. 문방구에 대한 향수가 있는 것 같아요. 

 

문방구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어요? 

저는 손님을 잘 기억하지 못해요. 누구는 딱 보면 기억하고 잘 알던데 저는 봐도 잘 몰라요. 손님들에게 친절하고 좋은 상품을 판매하려고만 했지 손님을 기억하는 능력이 정말 부족해요. 최근에 신설동에 사는 어떤 사람이 고무동력기가 필요하다고 전화가 왔어요. 제 계좌번호를 알려주니 돈을 보냈고 퀵서비스가 와서 그걸 가져갔어요. 퀵서비스 비용 만 원을 넘게 내고 8천 원짜리 고무동력기를 산 거죠. 

 

문방구를 운영하면서는 어떤 점이 힘들었어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훔쳐가는 아이들이 가끔 있어요. 예전에는 부모들이 와서 혼내고 물건을 돌려주고 사과하고 갔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좀 덜 하죠. 

 

여기는 다른 문방구들보다 장난감이 많이 보이지 않아요. 이곳에서 많이 팔리는 상품은 무엇인가요?

장난감 저 뒤에 더 있어요. 요즘은 학용품은 나가지 않아요. 차라리 아이들 장난감이 나가서 놔둬야 해요. 예전에는 만드는 제품들, 완제품이 아니라 조립품이 잘 팔렸어요. 그리고 게임기도 잘 팔렸죠. 

 

예전만큼 판매가 잘되지 않는 상품들은 뭐가 있어요?

핸드폰이 생기면서 사라진 상품들이 많아요. 우선 크리스마스 카드가 없어졌어요. 카톡으로 다 보내잖아요. 예전에는 크리스마스 카드도 서로 주고받고 그랬는데 지금은 사라진 모습이죠.

 

이 동네에서는 사라지거나 다른 업종으로 바뀐 문방구 자리가 많았어요. 그래서 이곳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이미 문방구 없는 동네가 많아요. 이 동네도 문방구가 거의 없죠. 저 같은 나이 든 사람들만 하고 젊은 사람들은 밥벌이가 쉽지 않아서 못해요. 저도 예전에 벌어놓은 것으로 먹고 사는 거지 사실 유지하는 것도 어려워요. 제가 은퇴를 하면 이 자리에 문방구가 들어올지 안 들어올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문방구가 어디에 있냐고 미리 묻고 와서 사는 손님들이 많아요. 문방구가 너무 없어서 그렇겠죠. 

 

한때는 문방구 같은 곳이 서울을 움직이는 작은 동력들이었는데 이제는 사라지는 곳이 되어가고 있어요. 사장님에게 문방구는 어떤 곳인가요? 

생활 터전이죠. 아이들에게, 손님들에게는 고향 같은 곳 같아요. 저희 문방구에 와서 상품 사주고 대화해주고 그 손님들에게 참 고맙죠. 문방구가 사라지면 저보다 아이들이 재미없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