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짠>은 서울예술교육센터 '예술가X청소년 공동창작 기반 예술가 역량강화 사업 예술교육 Practice Academy 아뜰리에로의 초대’ 지원 프로젝트 <슈퍼짠 개업하기>의 창작물입니다.
●슈퍼짠 개업 일지(2022.07.25. - 2022.07.30.)
<개업 준비 1일 차>
우리는 이곳에 슈퍼를 개업하기 위해 모였어요. 서로의 호칭은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프로그램 기획자는 학생들이 부르기 편하고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선생님으로 호칭을 하고 참여자 서로는 편하게 이름을 부르기로 해요.
프로젝트 참여 시 떠오르는 슈퍼의 물건은 무엇인가요?
참여 설문 조사 때 대부분 과자류로 선택하였는데 기타(불량식품 등) 선택과 라면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동네 슈퍼에서 구할 수 있는 상품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또 원하는 물건들이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까지 우리의 슈퍼에 넣으면 원하는 슈퍼 느낌이 나오기 힘들어요. 물건을 과자류에 집중해도 좋겠어요. 아니면 조금 더 다양하게 채워볼까요?
하나의 종류 속에도 많은 상품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종류로 집중하는 것도 좋아요. 라면 등 조금 더 다양한 물건을 놓는 것도 좋겠지만, 종류의 범위를 너무 넓지 않게, 과자를 중심으로, 섹터를 2~3개 정도(라면, 불량식품 등)로 제한하는 방식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 슈퍼 이름을 같이 정해야 해요. 예술 작품에서 이름을 짓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죠. 우리 슈퍼의 이름은 무엇으로 할까요?
과자류들이 다 짠 맛이라 짠슈퍼로의 제안하려 해요. 그런데 앞뒤를 바꿔서 슈퍼짠으로 해도 좋겠어요. 모두 동의한다면 슈퍼짠으로 해요.
개업 후 물건들을 판매하기 어렵습니다. 개업까지 준비하고 이후에 구매한 물건들은 어떻게 할까요? 기증과 우리가 일부 가져가기, 선물하기 등이 있어요.
전시될 물건 정도를 남기고 나머지는 각자 가지고 가기로 해요.
물건들을 담을 선반을 정하고 구매해야 합니다. 다 같이 인터넷으로 선반을 보고 결정해봐요. 공간과 배송 여부로 대안이 몇 없답니다.
처음 제안한 3단 2개, 4단 2개, 5단 2개는 산만할 것 같고 너무 많아서 채우기 힘들 것 같아요. 이동이 편한 흰색 선반이 깔끔해서 보기 좋고 4단짜리 4개의 선반을 구매하여 각자 하나씩 맡아서 물건들을 채우면 어떨까요? 각자의 선반을 채운 뒤 놓아 보며 슈퍼짠 공간 구성을 협의했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슈퍼는 슈퍼 물품들로만 채우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슈퍼는 전시를 목적으로 하죠. 그렇기 때문에 매회 때 우리의 일기나 우리의 메모, 제안되는 형식들을 개업일지로 남겨야 합니다. 우리의 기록물은 색지, 도화지 등을 사용하면 될까요? 이것을 어딘가에 담는 물건도 필요할까요? 아니면 포스트잇 같은 것으로 붙이면 어떨까요? 혹시 라벨이나 아크릴판에 우리의 기록물들을 넣는 것은 어떤가요? 저는 종이영수증 같은 형식에 기록해도 재밌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종이영수증이 어떤 것인지를 잘 모르고 인터넷으로 이미지를 보여줬지만, 흥미가 생기지 않아요. 쉽게 붙일 수 있는 포스트잇도 괜찮지만, 각자 좋아하는 색으로 색지를 사용하여 원하는 펜, 색연필 등으로 기록하고 테이프 붙이는 방법도 괜찮기 때문에 우선 각자 원하는 색지에 기록하여 개업일지를 작성해봐요.
슈퍼의 이름이 정해졌는데 간판의 느낌은 슈퍼의 외모와도 같죠. 특히 간판의 재질과 모양, 간판 글자의 색을 잘 정해야 합니다.
나무간판보다는 빨간색과 흰색 아크릴판을 사서 놓고 직접 보면서 결정하고 싶어요. 글자의 색도 빨간색 간판이면 글자는 흰색으로, 흰색 간판이면 글자는 빨간색을 사용하면 좋겠어요. 파란색도 괜찮은데 아무래도 슈퍼는 빨간색이 먼저 떠올라요.
글자의 종류는 무척 많아요. 책을 만들거나 글과 관련된 작업에서 서체는 디자인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입니다.
여러 개의 시안을 놓고 보니 ‘휴먼둥근헤드라인체’가 두껍고 가장 예뻐요.
<개업 준비 2일 차>
오늘 우리는 용산구 슈퍼들을 방문합니다. 대전상회와 하니식품입니다.
지나가다가 슈퍼를 봤던 적은 많았지만, 실제 안에서 물건을 구매해본 경험 없어요. 겉으로 볼 때 옛날 같은 느낌이 있고 어렸을 때 할아버지집 놀러 가면 봤던 냉장고나 풍경 같았어요. 가는 길에 오래된 골목이 많이 보였고 직접 구매하는 경험 자체가 무척 신기하긴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슈퍼에서 제가 좋아하는 물건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저는 초콜렛, 젤리 같은 것이 좋은데 없었고 좋아하는 과자는 없고 잘 먹지 않는 물건들이 많이 있어서 고르기 힘들었어요. 저는 라면을 샀는데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이곳으로 돌아와서야 알았어요. 겉으로 볼 때 굉장히 느낌 있는 가게 같았는데 유통기한을 확인해야 할 정도로 슈퍼에 대한 신뢰감이 낮아지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요. 튀김우동은 어릴 때 친구가 먹던 것을 한입 뺐어 먹었었는데 그때 그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어서 구매했어요. 제가 어릴 때 편의점이 없는 곳에 살았었는데 그때 영진상회라는 곳에서 먹고 싶었던 과자를 샀거든요? 그런 기억이 났었어요. 이 치토스는 아직도 제가 일주일에 한번 2시간 동안만 자유시간을 갖는데 그때 보고 싶은 영화와 함께 고른 과자라서 특별한 의미로 구매했어요. 젤리류가 과자보다 손에 묻는 게 없고 가지고 다니면서 먹기 편하거든요. 슈퍼에 젤 리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오늘 동네의 슈퍼를 방문했어요. 여러분들과 함께 다녀보니 생각보다 구매하고 싶은 물건들이 많지 않아서 아쉬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원래 내일도 슈퍼를 방문하려고 했는데 이런 경험은 오늘까지만 하고, 내일은 여러분들이 원하는 물건이 많은 곳으로 가보는 게 어때요? 용산역에 이마트와 다이소가 있어요.
원하는 물건이 없는 것을 억지로 구매하기보다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고 그것으로 만드는 것이 좋아요. 그렇게 사온 다양한 물건 중에서 원하는 물건을 고르고 어떤 물건을 구입해서 슈퍼를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싶어요. 다이소 같은 곳에서 집기나 여러 장식품이나 담는 방법에 대해서도 찾아보고 어울리는 것도 보고 싶어요.
<개업 준비 3일 차>
오늘 우리는 용산구 이마트와 다이소를 방문합니다.
어제보다 거리가 짧고 시원해서 좋아요. 어제는 신기한 경험이었고 오늘이 더 재밌어요. 슈퍼에서 사지 못한 과자(포카칩소금, 사브레, 노브랜드계란과자, 포카칩망고, 쿠크다스케이크맛, 쫄병스낵 안성탕면맛, 크런키빼빼로 등)와 하리보 스타믹스, ABC초콜릿 밀크 그리고 라면류(육개장사발면 6개입, 초코우유, 까르보불닭볶음면, 튀김우동 등)를 샀어요. 다이소에서 A5크기의 거치대를 세 개 샀는데 거치대 한 곳에 글자 하나씩 ‘슈’, ‘퍼’, ‘짠’을 넣으면 되겠어요. 그것이 간판이죠. 마스킹테이프도 샀는데 이것을 선반에 붙여서 귀여운 느낌의 선반으로 만들고 싶고 풍선들을 매달아서 슈퍼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어요. 과자를 담는 그릇을 살까 했지만, 과자 포장 상자를 활용해서 나만의 느낌으로 진열하려 해요. 저는 무지개 색깔처럼 진열대를 구성하고 싶은 마음에 맛보다 포장 색이 예뻐서 구매한 과자도 있어요. 특히 보라색 포장지가 눈에 들어왔어요. 쿠쿠다스 케이크 맛은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샀고 궁금하지 않은 맛의 과자는 사지 않았어요. 저는 6개가 한꺼번에 포장된 느낌이 좋아서 육개장을 구매했고 개인적으로 노브랜드 제품 중에 계란과자를 가장 좋아해서 샀어요. 쫄병스낵은 안성탕면 맛이 최고죠.
내일 개업 준비는 개별미션입니다. 개별미션은 미션비를 지급합니다. 이 돈으로는 가족에게 주고 싶은 물건이나 내가 정말 좋아했는데 그동안 사지 않은 것을 샀으면 좋겠어요. 아끼고 아껴두었던 것들을 개별미션 때 구매하고 동네에 있는 슈퍼나 마트, 여러분들이 편하게 자주 가는 곳에서 구매하고 그곳을 소개해주세요. 내일은 개별미션 후 온라인으로 만날까요? 아니면 문자로 사진 찍어서 전해줄래요?
zoom으로 만나는 게 문자보다 편해요.
<개업 준비 4일 차>
오늘 우리는 개별미션을 진행합니다.
저는 삼양라면, 촉촉, 쏘세지, 쥐포 등을 동네 슈퍼에서 구매했어요. 저는 아트박스에서 비싼 것을 샀는데 젤리(하나에 2,000원) 6개와 4,000원짜리 2개를 구매했어요. 또 대학로에 있는 세계과자전문점에서 크런키 초콜렛, 소세지(2+1)행사해서 3개, 진짜 좋아하는 초콜렛과 청포도 사탕, 콜라볼 6개, 네모스낵을 종류별로 3개씩, 가위바위보 초콜렛, 왕꿈틀이, 젤리를 구매했습니다. 지난번에 샀을 때보다 작은 물건들 위주로 샀기 때문에 옆으로 드는 가방에 전부 들어가요. 저는 편의점에서 젤리와 초콜렛 위주로 구매, ABC초콜렛, 마이쭈 5개, 2+1하는 초콜렛과 마이구마 3개, 하이볼 코카콜라맛 2봉지, 킨더조이 4개, M&N 5봉지, 껌 2개, 초콜렛바 구매했어요. 구매한 물건 중 비싼 것은 큰 젤리가 2,000원 정도였고 오늘은 그동안 사지 못했던 작은 물건들을 많이 사고 싶었어요.
여러분들이 개별미션을 진행하는 동안 우리의 슈퍼짠 선반이 설치되었어요. 총 4단 구성으로 4개 설치 모두 완료했습니다. 또한 슈퍼짠 간판에 붙일 인쇄물을 제작했어요. 여러분이 선택한 시안을 A5사이즈에 맞춰서 한 글자씩 인쇄할 예정입니다.
<개업 준비 5일 차>
오늘 우리는 그동안 사고 모아왔던 물건들의 설치를 진행합니다. 각자 4단 선반을 하나 씩 맡아서 공간을 채워봐요.
저는 맨 위부터 비슷한 색깔별로 선반을 채움.(빨주노초파남보) 그리고 묶음이 있는 과자나 라면은 큰 비닐을 뜯지 않고 그대로 두어서 뭉쳐 보이게 했어요. 과자 상자는 선반의 크기에 맞게 쌓아 올렸습니다. 저는 풍성해 보이는 과자 봉지를 위에 배치하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작은 젤리, 초콜렛 등 작은 물건들을 배치했어요. 저는 젤리병을 눕혀보니 이름이 잘 보이지 않아서 세워두었고 하리보 믹스는 비닐을 뜯지 않고 크게 보일 수 있도록 조명 아래에 배치했어요. 또 마지막 한 칸 정도는 무리해서 채우지 않고 비워놓고 마치 또 다른 물건이 들어올 것처럼 두어서 기대감을 주고 싶어요. 채우지 않는 과자 중에서 조리퐁과 ABC초콜렛, 빼빼로, 뽀로로 과자는 바닥에 두어서 공간을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했어요.
선반을 다 채웠다면 서로의 선반에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보거나 서로의 선반에 있는 물건들의 목록을 살펴보세요. 겹치거나 봤을 때 자리를 바꾸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고려해서 변형해보세요. 그리고 선반을 두는 위치를 정해보세요.
처음에는 두 개씩 정렬하여 배치하려고 했으나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둥글게 선반을 배치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좋겠어요. 우리가 원하는 위치를 잡았고 협의했어요. 그동안의 기록물은 하나의 선반에 모아서 슈퍼짠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읽어볼 수 있도록 둘께요. 슈퍼짠 간판은 기록물과 사이에 놓을 수 있는 의자 그리고 그 옆으로 두기로 했어요. 풍선 8개를 불어서 선반들 사이에 두고, 작가처럼 서로 다른 풍선의 색에 자신들의 이름을 각자 서체로 직접 쓰고 자신의 선반 앞에 두었습니다. 풍선에 쓴 작가 이름이 잘 보이도록 과자와 과자 사이에 풍선을 놓았죠. 선반은 깔끔한 흰색 선반이 보기 좋은 사람은 그대로 두고, 일부는 마스킹테이프를 붙여 선반에 색을 넣었습니다.
<개업>
드디어 오늘, 우리는 슈퍼짠 개업을 합니다. 시작할 때 말한 것처럼 우리는 개업 이후 우리의 물건을 가져가야 해요. 하지만, 우리의 작업을 전시하기 위해서 일부는 남겨놓기로 했어요. 어떻게 하면 최대한 우리의 작업을 잘 드러내면서도 우리가 가져가고 싶은 물건들을 가져갈 수 있을까요? 우리는 관객들을 위해, 우리를 위해, 모두가 만족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우선 1순위부터 7순위까지 우리는 총 7번을 선택할 수 있어요. 각자 먹고 싶었던 것의 순위를 정해서 한 번씩 선택해서 테이블 위로 가지고 오세요.
7번의 선택을 통해 가지고 가고 싶은 물건을 잘 선택했어요. 설치된 선반의 공간을 고려해서 선택했고, 우리가 가져가서 빈 곳은 트릭을 사용하여 채웠습니다. 묶음 포장된 것은 그 안의 내용물의 양에 따라서 2번의 선택 기회를 한 번에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고 선택했어요. 카르보나라붉닭볶음면이 먹고 싶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먹고 싶은 삼양라면 비닐 속 라면 5개를 불닭볶음면 포장지로 옮겨 두었고 하리보 믹스를 뜯어서 7개의 소포장 된 봉지 중 4개는 가져가고 나머지는 다시 채웠어요. 크런키맛 빼빼로는 과자를 다 가져가고 싶어서 상자를 조심스럽게 뜯고 테이프로 닫아 놓았고 몽쉘통통과 사브레도 안의 과자들을 빼고 빈 상자를 두었습니다. ABC초콜렛 중 일부에는 검은색 비닐을 넣어서 빵빵한 느낌은 살리고 안의 초콜렛은 가져가고 육개장은 포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전부 가져가고 빈 상자만 정면에서 보이지 않게 두었어요. 그밖에 몇몇 물건은 각자가 비밀을 유지한 채 아무도 모르게 작업했어요.
프로젝트 <슈퍼짠 개업하기> 소개해주세요.
뜨거운 여름, 우리는 슈퍼짠 개업을 위해 열심히 동네 슈퍼, 마트 등에서 좋아하는 물건들을 사고 이곳으로 가져왔어요. 그리고 먹고 떠들며 놀기도 했습니다. 재밌었어요. 개업을 준비하면서 마음에 담아둔 물건들은 개업 후 우리가 가져갑니다만, 신중하게 선택하여 조금만 챙겼습니다. 우리가 함께 만든 슈퍼, 슈퍼짠 개업을 축하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