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이곳으로 오셨나요?
여기 온 지 12년 되었어요. 그때는 철공소 사장님들이 일거리가 많았죠. 우리는 메뉴판이 있긴 하지만, 오후 3시쯤 제가 장을 봐오면 사장님들이 이 앞에서 지키고 있었어요. 맛있는 거 해달라고요. ‘탕 좀 끓여줘요’, ‘숙회 좀 해줘요’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원하는 것을 바로 해드렸어요. 그러면서 철공소 사장님들과 친해지게 된 거죠. 게다가 시장가면 솔직하고 정직하게 냉동은 안 쓰고 항상 생물을 사 왔어요. 생물이 손님들께 드릴 때 더 맛있고 신선해요. 또 열무김치, 김장도 항상 직접 하니까 철공소 사장님들께서도 항상 다 맛있다고 그러셨죠. 그렇게 여태까지 10년을 보냈어요. 그런데 4년 정도 되었으려나, 그때부터 문래창작촌을 활성화한다고 하면서 카페, 공방 같은 게 들어왔어요. 그러다 보니 세는 점점 올라가고, 공장의 일거리는 점점 줄었어요. 그런 상황이 계속 여기까지 와있는 것 같아요. 밀려나는 추세죠.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동네에 오래된 단골도 많아서 그런 영향은 적어 보여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잘 밀려나지 않죠. 공방이나 카페나 다 같이 어우러지는 거죠. 오히려 우리는 좋은 부분도 많아요. 나이 드신 분들께서는 안주하나 놓고 술 마시고 그렇지만, 젊은 친구들은 여기 분위기도 색다르고 많이 오고, 와서는 식욕도 왕성해서 많이 먹어요. 냉장고도, 조리하는 곳도 다 오픈되어 있으니까 여기 있는 것을 보고 바로 음식을 시키기도 해요. 맛있고 가성비도 싸고 하니 우리는 같이 어우러지고 활성화가 되면서 좀 더 나아졌죠.
여기 오시는 분들은 어떤 메뉴를 좋아하세요?
이 동네의 나이 많은 분들은 얼큰하고, 달지 않은 걸 좋아하죠. 메뉴로 하면 병어조림. 그래서 우린 병어조림이 메인 음식이에요. 그리고 대구탕. 이건 계절 메뉴죠. 요즘 같은 경우는 도루묵, 꼴뚜기도 많이 찾아요. 계속 그런 식으로 음식을 계절에 따라 바꿔가면서 장사하죠.
예전에는 철공소 사장님들께서 술 한 잔 마시러 자주 오셨다고 했는데, 지금도 자주 오세요?
지금은 젊은 친구들이 많죠. 작년 9월부터 젊은 친구들이 오고 문래동이 활성화되면서 우리도 엄청 유명해졌어요. 방송도 나왔죠. 젊은 친구들이 오니까 공장 사장님들은 잘 안 오는 것 같아요. 아니 못 오는 거죠. 자리가 없어서 잘 못 와요. 그래서 저한테 철공소 사장님들께서 ‘갈 곳이 없다’, ‘문래동 사람들이 앉을 곳이 없다’, ‘이제 우리는 뒷전이다’라는 말씀도 많이 하세요. 그런데 제가 그분들을 안 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젊은 친구들이 막 오니까 어쩔 수 없는 거예요. 그분들은 일하고 2차, 3차 하러 오는 그런 집이 포차잖아요. 그런데 젊은 친구들은 1차로 와버리니까 자리가 차죠. 바뀌어버렸어요.
젊은 친구들한테 인기도 얻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좋겠어요.
그렇죠. 나는 좋아요.
오래된 분들을 뵙고 말씀 나누다 보면 밀려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여기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포장마차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제가 불교라서 절에 가서 지었어요. 은은하고 진지하게, 그래서 ‘은진’.
가게 이름 물어보는 사람은 많지 않죠?
왜 없어요. 와서 다 누가 은진이냐고 물어요. 그럴 때 그냥 나라고 해요. 내가 은진이라고 하면 자기도 은진이라고 반가워하는 손님도 있어요. 참 고맙죠.
왜 이 일을 선택했어요?
돈이 적게 드는 게 포장마차죠. 왜 그러냐면 매장이 크면 직원을 써야 하고 그래서 인건비가 많이 들어요. 설비도 필요한 그런 것보다 돈이 적게 들어요. 여기서 십여 년 동안 밥 먹고 살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