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이 동네에 계셨어요?
여기서 산 지는 한 40년 되었어요. 그때만 해도 이렇게 집을 짓지 않았죠. 판자 쪼가리 붙여서 그렇게 학고방 식으로 지었었어요. 나무 딱 대고, 춥지 않도록 사이에다 스티로폼을 넣었죠. 그땐 스티로폼도 많이 없었어요. 한 집에 네 다섯 가구가 사는 곳도 있었죠.
어떻게 이 동네로 오게 되었나요?
여기 근처 본동이 있어요. 아버지 어머니께서 6.25 전부터 거기 사셨고 피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죠. 저는 군 생활 7년 정도 하고 제대해서 아버지 어머니께서 하는 일 이어서 추녀 끝에 양철로 물받이 하는 그런 일을 했어요. 지금은 플라스틱으로 하는데 그때는 함석으로 했어요. 한옥 같은 곳에서는 새가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그것을 아버지 형님한테 배워서 했죠. 함석으로 만드는 물받이 홈톰. 아버지 형님은 40여 년 했고 저는 한 15년 했어요.
그랬는데 어떻게 기름집을 하시게 된 거죠?
말죽거리 있는 쪽이 저희 외갓집이었어요. 성남 모란시장, 거기서 우리 형님의 처남들이 장사해서 저도 거기 장소가 있다길래 가려고 했는데, 이 앞에 바로 저 앞집. 거기서 기름장사 시작한 사람이 전기 기술자였어요. 사우디 갔다 와서 기름집을 차렸는데, 자기하고는 안 맞는 거죠. 그래서 그 사람이 저한테 팔고 제가 이걸 맡아서 이걸 시작했어요. 그게 한 40년, 37년 된 거죠.
이건 기름을 짜는 건가요? 저건 쌀 볶는 거고, 이건 고추 빻는 것 같아요. 요즘도 기름을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나요?
많지 않아요. 전에는 줄 서도 못 살 때가 있었어요. 한 20년 전에만 해도 여기가 다 촌 동네였거든요. 그러니까 고추 빻는 것도 한 40, 50명이 와서 기다렸어요.
예전에 이 동네는 어땠어요?
그땐 완전 판자촌이었어요. 촌 동네. 수도도 없었을 때라 공동 우물이 여기 있었어요. 저 집 끝에 전봇대 있는데요. 지금 변화를 봐요. 그걸 다 여기서 제가 지켜봤어요. 우리 같이 이 동네에 오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 100명이면 한 20, 30명 있을까요? 점점 변해가니까 못 견디는 사람들은 자꾸만 밀려가는 거죠. 변해가니까 집을 주인들이 개조하고 가게가 많이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기존에 일하는 가게들은 세가 올라서 장사가 잘되면 상관없는데 그렇지 않은 곳은 다 밀려나요.
완전 옛날 문이네요.
전에 하던 사람 때부터 만들어진 거라 40년쯤 되었어요.
이 동네에서 생각나는 일들이 있으세요?
흑석동은 학고방 형태의 집에서 사람들이 살았던 곳이라서 동네에서는 먹고 사는 것만 열심히 했어요. 서울역, 용산 이런 곳에서 지게꾼하고 들어오고 그런 사람들이 많았어요. 이 앞은 다 흙길이었어요.
계속 있어도 기름 냄새가 되게 좋아요.
그렇죠. 이 동네에서 여기 오지 않으면 직접 짠 기름을 구할 수 없죠. 저기 깨도 됫박으로 2천 원이나 3천 원씩 사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