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문방구를 운영하셨어요?
25년 되었어요.
어떻게 이곳에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원래 이쪽으로 오기 전에 바로 옆 건물에 있었어요. 그 건물을 새로 지어서 지금의 이 자리로 온 거죠. 예전에 제가 그 자리의 문방구에 물건을 주던 도매 상인이었어요. 나란히 있던 두 곳이 문방구였는데 거래를 하고 있던 어느 날 갑자기 두 사장님 모두 건강이 좋지 않게 되었어요.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제가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팔아주려 했죠. 그런데 들어올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냥 들어왔어요. 얼떨결에 시작하면서 깨끗하게 정리해서 팔고 나가려 했는데 그게 25년이 되었네요.
처음부터 이 이름으로 시작하셨어요?
그렇죠. 이 동네 영화 촬영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 간판을 어린왕자문구로 덧씌우고 촬영했었어요. 원래 사업자 등록 상호가 석관문구프라자였기 때문에 여기로 옮기면서 다시 원래 이름을 쓴 거죠. 그전에 있었던 건물에서 간판 사진을 찍어둔 건 있어요. 이 간판 위에 어린왕자로 덧씌운 거예요. 그때는 가게가 무척 컸어요.
그때 문방구에는 손님이 많았나요?
예전에는 좋았죠. 손님도 무척 많고 문방구도 무척 많았어요. 그때는 학교 다니는 학생들의 준비물이 많았어요. 개인이 준비해야 하는 시절이고 뭐 하나 사야 하면 그 학년 전체가 필요한 때였죠. 지금은 그런 게 없어졌어요. 과학실에 가면 과학에 필요한 준비물이 다 있고, 음악실에 가면 음악에 필요한 게 다 있어요. 그러니까 문방구들이 지금은 많이 줄어드는 거예요.
상품을 진열하는 방법이 있나요?
여기는 작아서 그런 방법은 없죠. 가게가 워낙 좁아서 진열도 할 수 없어요.
신상품을 빨리 들여놓는 것도 중요한 업무라도 들었습니다.
애들이 더 잘 알아요. 핸드폰을 보면 신상품이 다 나와 있어서 뭘 가져다 놓으면 금방 알아요.
문방구를 운영하면서 좋았던 기억이 있나요?
초창기에는 장사가 잘되었어요. 이 앞 초등학교 학생 수도 많았고 석관동에 문방구도 무척 많았어요. 이쪽, 저쪽 다 문방구였죠. 이 앞 초등학교 주변에 열일곱 곳이 있었어요. 길 건너도 몇 군데가 있었고 이 거리는 다 문방구였어요. 문방구, 분식집, 다시 문방구, 분식집 이런 식이었죠. 그러다가 장사가 안되니까 하나씩 없어지기 시작하다가 이제 다 없어졌죠. 예전에 좋았죠.
예전에는 학생들 부모님께서 밤늦게 찾아오거나 아침부터 문 열기를 기다렸다고 해요.
저녁에는 10시 30분까지도 열었었죠. 지금은 7시면 문 닫을 준비 해요. 크리스마스 때에는 새벽 1시까지 문을 닫지 못했어요. 그때 트리, 카드 같은 것을 사려고 많이 왔어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어요?
지금 나이가 서른이 넘었는데도 가끔 오는 친구가 있어요. 예전에 문방구에서는 먹는 것도 팔았어요. 아이스크림이나 아이들 좋아하는 식품 같은 거요. 쭈쭈바 같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면 그 꼭지를 따야 하거든요. 그것을 떨어지지 않게 잘 물고 가위로 자르려다가 자기 입술을 자른 친구예요. 제가 얼굴을 다 기억하기 힘들잖아요. 나이 먹고 와서는 예전에 아이스크림 먹으려다가 가위로 입술 자른 사람이라고 하니까 기억나더라고요. 그 친구가 지금도 가끔 와요.
부모님께서 늦게 오거나 어디 놀러 갈 곳 없는 친구들도 문방구에 와서 오랫동안 있다가 가고 그랬다던데, 그런 아이들도 기억이 나세요?
그런 아이들도 많았죠. 봄이나 여름, 가을 같을 때는 바깥에 놔둔 툇마루에 앉아 있고 그랬어요. 이쪽으로 옮기기 전에는 간판 크기만 십일 미터였어요. 두 문방구를 터서 사용했기 때문에 문방구가 무척 컸어요.
아이들에게는 어떤 상품이 인기 있었어요?
예전에는 미니카요. 지금도 레일을 설치할 공간이 없어서 그렇지 설치하면 잘될 거예요. 예전에 타미아에서 나온 좋은 레일, 한 사십 만원 정도 주고 구매했던 그 레일도 있었는데 여기로 옮기면서 다 버렸죠. 장사 안될 때는 그 레일 설치해놓으면 장사가 잘되었어요. 남자아이들이 무척 좋아했어요. 모터 하나에 몇만 원짜리를 샀죠. 건전지도 충전지로 좋은 것을 샀어요. 또 탑블레이드 팽이도 유행이었어요. 아, 다마고치도 인기가 많았어요. 하나에 삼만 원 정도 할 때 정말 많이 팔렸죠.
문방구를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적은 없어요?
힘든 것은 잘 없죠. 직업이기 때문에 괜찮아요. 다들 출근하는 시간에 저도 나오고 퇴근했으니 똑같아요. 25년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지금은 그만뒀지만, 어떤 사람은 40여 년 한 분도 계세요. 이 동네 문방구 계원들이 열 몇 명 있었는데 지금은 다 그만뒀어요. 아마 서울에서 남아 있는 문방구 사장님들은 다 나이가 많을 거예요. 젊은 사람들이 새로 문방구를 하려 하지 않아요.
왜 그럴까요?
장사가 안되니까요. 뭘 팔 수 있는 것이 없어요. 학교 앞에 있어 봐야 아이들이 뭘 사질 않잖아요.
그래도 사장님께서는 지금까지 이곳을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특별히 할 일이 없잖아요. 그만두면 백수죠. 요즘은 이 앞 학교의 아이들이 유치원까지 합쳐도 700여 명 밖에 안된다고 들었어요. 예전에 2,300여 명 있을 때 제가 왔는데, 지금은 700여 명, 유치원까지 다 합친 인원이에요. 게다가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 가는지 가지 않는지 모를 때도 있어요. 제가 97년도 IMF 때 석관동으로 왔는데 그땐 아이들이 워낙 많고 등, 하교 시간에 몰려서 어떤 때는 아이들이 겁나기도 했죠. 지금은 그런 아이들도 거의 없어요.
아이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도 이 동네의 변화 같아요. 그런 걸 보시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사람들이 결혼해서 아이들도 낳고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데, 결혼도 늦어지고 아이들도 낳지 않잖아요. 아이들을 낳더라도 하나, 요즘은 둘도 많은 거죠. 동네가 그렇게 변화한 것 같아요. 그래도 석관동이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저쪽은 개발된다는 말도 있는데 이쪽으로는 아마 쉽지 않을 거예요. 처음에 왔을 때 이 앞 초등학교에도 수영장이 있었어요. 그래서 여름에도 이것저것 파느라 바빴죠. 한 3년 정도 지났을 때 다른 초등학교 수영장에서 사고가 나서 여기도 없어졌고 그 자리에 강당이 지어졌어요.
앞으로 이곳은 어떻게 될까요?
아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는데 기대할 수는 없겠죠. 특별하게 변하는 건 없을 것 같아요. 저도 1년, 2년 정도만 더 할 계획이에요. 이제는 아이들이 예전만큼 좋지 않아요. 문방구가 아이를 좋아해야 할 수 있는 업종이거든요. 아이들에게 어떤 정이 많이 느껴지지 않아요.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은 살갑지 못하죠. 그렇게 저도 변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방구는 사양업종이에요.
사장님에게 문방구는 어떤 곳인가요?
문방구 운영한 지 25년이 되었고, 문구에 관련된 일을 한 지 40년도 넘었어요. 스물 몇 살부터 얼떨결에 문구 업계에 접어들어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는데, 이 일에 한 번 들어서니 다른 일하기 참 어려워요.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이렇게 왔는데 업종을 바꾼다는 게 참 힘들더라고요. 이게 안 돼요. 알고 있는 게 이것뿐이라 그런지, 이 일하기 전에는 여러 가지 일도 해보고 그랬었는데 이 직업에 접어들면서부터 다른 걸 할 수 없었어요. 한때는 재밌었어요. 같이 문구를 운영하는 계원들하고 놀기도 하고 날 잡아서 전국의 유명한 산도 많이 다녔고 업종이 같으니까 같은 마음이었고 지금은 어디 사는지도 모르고 연락도 안 되지만 그분들이 참 편하고 좋았어요.



